정직성 개인전
정직성
2024년 4월 17일 - 2024년 5월 14일

정직성 개인전<정물 Still Life>

 

 

서양 회화의 “Still Life” 장르를 번역한 한자어인 “정물화”의 ‘정물’은 고요할 정(靜), 사물 물(物)의 조합이다. 이를 그대로 바라보면 ‘고요한 사물’이 된다. 하지만 ‘Still’ ‘Life’라는 영어 단어 순서대로 직역하면 ‘고요한 삶’이 되고, ‘Still’을 부사로 풀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삶’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문화권에 따라 달라지는 단어의 격차에 따른 틈새를 음미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 틈새를 일종의 숨통, 홈통, 여백 같은 것으로 보아 종종 이미지의 연쇄적 도약이 출발하는 지점으로 삼는다. 지난 연작들의 명칭을 돌아보면, <공사장 추상 Constructive Abstract/Construction Site Abstract>, <푸른 기계 Blue Collar/Blue Color>, <기계 The Mechanic>, <녹색 풀 Green Pool> 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회화 연작의 명칭은 <정물 Still Life>이다. 형광 주황색을 주조색으로 삼아 다층적으로 떠오르는 듯한 붓질로 그리고 있는 이번 연작은, 작렬하는 불꽃으로 피어나 연기처럼 사라지는 현재의 삶에 대한 그림들이자, 서양의 교훈적 Vanitas 정물화 장르에 대한 동양적 세계관에 따른 역동적 재해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정물이 단순히 靜物이 아니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현재적 삶에 대한 환유로써의 ‘Still Life’,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되는 ‘삶’을 드러내는 이미지, 메타 회화적 재해석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장된 장식의 중고 이태리 금박 액자를 ‘메타’적 성격을 더욱 강조하는 요소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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